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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4. 22:22

엽기 국수 사람사는 세상이야기2014. 7. 4. 22:22

아래의 글은 이전 다른 사이트에 썼던 내 유학 초기의 에피소드다.

다시 읽어 보니 이전 그 시절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유학 초기의 마음 가짐을 다시 한 번 느껴 보고자 이 곳으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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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요리다운 요리를 하려면,
꼭 필요한 재료가 없고,
또 재료를 샀다고 생각하면,
없어서는 안될 양념이 없고...
그러다 보면 이상한 국적 불명의 음식이
탄생하기 마련이지요.

제가 유학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 독일로 출발 할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죠.

"니, 그래도 전기밥솥이라도 가져가야 하는 거 아이가?
가~(가서) 묵고 살라면 밥솥은 있어야제"

가방하나 달랑 메고 우아하게^^ 출발하고 싶어던 저는
어머니의 이 제안을 당돌하게 거절했었죠.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 후회를 억수같이 했답니다.
세상에 먹을 것이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이 짜고 느끼하고...

그래도 올 때 엄마 말씀 무시하고 잘난척 하고 온 지라,
딴엔 자존심에 집에 연락도 못드리고...
저, 그때 엄청 굶었습니다.^^

결국 일주일을 못 벋히고 빳빳하게 세웠던 꽁지를 내리며
집에 전화를 했죠.
배고프니 밥해 먹게 전기밥솥 항공편으로 좀 붇혀달라고요.
전화로 꾸정 엄청듣고 '보내마'하는 답을 얻었습니다.

문제는 이 소포를 기다리는 동안이었습니다.
뭔가는 먹어야 할텐데....
독일음식은 느끼해 이젠 보기도 싫고...
가지고 있는 것을 뒤져봐도 해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그것이 바로 국.수.

얼마전에 이사 나간 한국사람에게서 조금 얻어 논
국수가 얌전히 서랍 한 켠에 누워있는겁니다.

'그래, 국수를 삶아 먹자' 생각했죠.
문제는 아무런 양념이 없는 거예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 올 때 우아하게(ㅠ.ㅠ)
옷가지 몇 벌과 책 몇 권만 들고 왔으니
있을니가 만무하죠.

궁리에 궁리 끝에 '있는 것으로 어떻게든 만들어 먹자'였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 먹었던 인스턴트 스프가
조금 남은 것이 떠오르드라구요.

'그래 이거야!'

뭐 대단한 것이라도 발명한 모양,
저는 신나게 국수를 삶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번 정도 물이 끓어 오를 때
얼른 불위에서 내려 찬물에다 마구 흔들어줬죠.

바로 삶아 낸 국수의 그 쫄깃한 맛은...정말 끝내줍니다.
그냥 이 것만으로도 맛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생각해 냈으니 시도를 해봐야죠.

방금 삶아낸 국수를 어제의 그 크림 스프속에 첨벙 담궜습니다.
색에 예민하고 또한 중요시 하는 나의 눈 앞에는
허연 멀건하니 맛이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제 기대와는 좀 다른 것이 만들어진거죠.
좀 실망을 하며 맛을 봤습니다.
'아 그런데 왠걸' 먹을 만 했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도 나고 그럭저럭 먹겠더라구요.

'으음, 그럼 그렇지'
자족을 하며 한참 맛나게 먹고 있는데,
같은 기숙사에 사는 한국유학생이 부엌으로 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권했죠.

".00.씨, 같이 드실래요?"

그 유학생, 저의 접시를 보더니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이게 뭐예요?"

"국수예요."

"근데, 왜 이렇게 허~예요."

"아, 크림스프에 말았거든요."

저의 이말에 그 유학생 인상이 더 엉망이 되더군요.

"네? 크림스프요? 크림스프에도 국수를 말아먹어요?"

"양념이 없어서 한 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요. 한 번 먹어봐요"


그러나 이 학생 저를 이상한 듯 쳐다보며

"아뇨, 전 그런 이상한 것은 안 먹어요" 그러는 겁니다.


'엥? 그런 이상한 것? 그래도 맛은 있는데...'
괜히 선심썼다가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된겁니다.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그 이후로 이 학생에게는 절대로 먹는 것 안 권했습니다.

저, 가끔 생각 날때면, 이 국수 끓여 먹습니다.
그럼, 유학 초기 때의 의욕들이 다시 불끈 생기는 것 같더군요.^^
자기 최면의 한 방법이지요.
'그래, 다시 열심히 하자. 힘내서, 공부 열심히 하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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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국수가 다시 한 번 먹고 싶으네요.

오늘 한 번 끓여 먹을까?

근데,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 할지......

 




 

:
Posted by 내별meins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