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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의 에피소드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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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캐.

이 단어를 읽다 보니 한국어 과외 할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으...음....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인데
한국의 모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한다는군요.
이 기회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어 과외는 이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한다는 광고지를 학교의 식당에 붙였지요.
이 광고지를 붙인 것이 오전 이었는데, 벌써 오후에 전화가 온 겁니다.
전화를 걸어 온 학생은 자신을 밝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 하더군요.

사실 제가 광고지는 붙여지만,
'설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뭐,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지...'하는 마음이었거든요.

근데, 정말로 전화가 온 거예요.
저는 놀라움 반, 기쁨 반이 뒤섞인 상태로 전화를 받았지요.
그리고 '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러이러한 이유로 배우고 싶다' 하더군요.

당연히 좋았죠. 알바건이 생긴 건데.~.~
그래서 시간과 과외비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수업시간.
그 학생은 또 다른 학생도 한 명 더 데리고 왔더군요.
이 학생도 마찬가지로 실습을 한답니다.
이미 지난 겨울에 한국서 2달 동안 실습을 했고
한국이 너무나 좋아 다시 한 번 더 간다고 하더군요.
(사실은 그 곳에서 마음에 드는 한국 남자를 본 것 같아요...)

이 말을 들은 저,

'오잉? 이게 무신일이고? 야들이 와~아~ 갑자기 다 한국 갈라카노?'

하며 신기해했죠.

궁금증이 한 번 생기면 끝을 봐야하는 저, 당연히 또 물었습니다.
(목소리 가다듬고)'아니 어떻게 한국에서 실습할 생각을 했니?'
흘러 나온 대답은 더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들은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예요.
더욱이 이 여학생은 6년 넘게 태권도를 하고 있고
(곧 검은띠를 딴다고 귀에 입을 걸고 다녔죠.)
남동생이 있는데,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겨울 한국을 방문했을때
동생이 버려져 있던 곳을 찾았다더군요.

한국에 있을때 절실히 느꼈다고 합니다.
'한국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말을 먼저 배워야 겠다' 라구요

생각이 기특했습니다.
그래, 저도 책임감(?)을 느끼며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엄청(?) 똑똑한 것인지, 아님 제가 엄청(?) 잘 가르쳤는지...
수업은 원활히 잘 진행이 되었죠.~.~

'하나를 가르치면 그 이상을 깨우치는 제자(?)를
보는 기쁨이... 이런것이구나...'~.~
여기며 혼자 행복해 했죠.

그러던 어느 날이 었습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대화를 연습할 때 였습니다.

제가 먼저 선창했죠.

'저는 독일에서 온 안케 입니다.'
(안케는 여기서 한참 인기있는 여자 코미디언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따라 읽었습니다.

'죠~는 토~길에서 온 암캐 입니다.'

'엥? 뭐라구? 암캐(?) 다시 한 번 더 읽어봐'

그 여학생 약간 머뭇 거리다 다시 읽습니다.

'죠~는 토~길에서 온 암캐 입니다.'

우하하하~~~~! 저 넘어 갔습니다.
그녀, 독일애 답지 않게 키는 저만하고 몸은 저의 반쪽 정도 됩니다.
여자인 제가 봐도 매력적이고 우아한 여자죠.

요렇게 이쁘고 갸녀린 그녀의 입에서 난 온 말이... 암.캐...라니.
어찌 안 넘어가리요....

제가 미친듯(?)이 웃자 그녀 약간 당황해 하며 묻습니다.

'내별! 내가 뭐 잘못 읽었니?'

그녀에겐 미안했지만, 웃음을 그칠 수가 없었죠.
그러나 곧 스승의 품위(?)를 지치며, 설명했습니다.

'이쁜아! 너 아무에게나 그렇게 말하면 안돼.
그것은 "Ich bin die laeufige Hundin"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
(여러분께 굳이 암캐의 뜻 설명할 필요 없겠지요?)

이쁜 그녀, 얼굴이 금새 빨게지더군요.ㅎㅎㅎ

아~~~~~!
그녀가 한국간지 벌써 한 달 다 되어갑니다.
열심히 잘 하고 있겠지요.
사랑하는 님도 다시 만났을테고.....
맛난 한국음식도 많이 먹고 있을테고.....

제가 부산에 가면 맛난 회 자갈치시장에서 많이 많이 먹자고 했는데....
아~~~~~! 빨리 집에 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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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저에게 과외를 받던 남학생이 저의 남편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인연이 이렇게 시작 된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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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내별meins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