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영재교육
며칠 전에 올렸던 글 '독일 엄마들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왜 이렇게 느긋할까?'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는데요.
역시, '교육의 문제'는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사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 곳의 '느긋한, 기다려 주는' 학교수업에 대해 많은
한국학부모님들께서 '부러움'(?), 내지는 '동경'(?)을
나타내셨는데요, 한국의 '현 교육환경'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지 싶습니다.
독일에서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대학을 가야한다', '가능하면 일류대학을 가야 한다', 라는 의식이 없습니다.
우선, 독일에는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라는 개념이 없습니다,(최근 일부 대학에서 이 것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인 그림은 그려지지 않고 있지요.) 대신, 특정학과가 유명한 대학은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의 이와같은 사고는 대학을 나온 사람이나, 일찍부터 직업학교을 졸업하고 전문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과의 임금에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데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꼭 공부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적성에 맞는 직업을 구해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으니, 공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죽기살기'로 공부에 메달릴 필요를 못 느끼는 거지요. 이런 사고는,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주 많이 안정적인 사회복지제도'에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공부에는 전혀 취미도 관심도 능력도 없고, 또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니, 굳이 억지로 공부에 메달리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렇다고, 공부를 못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학교는 졸업시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 시험에 합격을 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 합니다. 졸업을 할 수 있는 적정 수준까지는 싫어도 공부를 하긴 해야 합니다. 이 졸업장이 없으면, 다른 직업군에서 기회를 잡기가 정말 힘드니까요.(어디든 마찮가지겠지만....^^)
혹, '독일의 모든 학생들이 공부하길 싫어 하는 것은 아냐?' 라는 생각을 가지셨다면....그건, '아니다' 입니다.^^ 공부에 관심이 있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아주 많습니다. 또 그런 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많구요.
사실, 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까진, 저도 많은 걱정을 했지요. 한국에서 교육받은 저는 독일 학교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정확하게 몰랐고, 독일인인 남편은 북부 독일 출신에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더군요. 그저, '그땐 그랬는데....'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지요.....ㅠㅠ
독일은 한국과는 다르게, 각 분데스란트마다 '교육시스템'에서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학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었지요. 그러나 그룬트슐레(초등학교)는 사는 지역의 배정된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금의 학교에 입학을 했었드랬습니다. (이 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따로 알려드릴게요....^^,,)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요? 입학하고 한 달쯤 뒤에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Karg(카악, 일종의 영재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추천 받았습니다. 2학년 부터 4학년 까지의 '뛰어난 아이들'(hochbegabbt, 이 곳에선 이렇게 부릅니다.)을 담임선생님이 추천을 하면, 수요일 마다 방과 후 한 시간씩 따로 모여 학과 수업과는 다른 내용을 가지고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Die Karg-Stiftung(www.karg-stiftung.de)에서 재공하는 기부금으로 운영이 됩니다. 특히 이 재단은 전 독일에 걸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딸 아이는 이 수업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다행히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재밌게 수업을 받고 있지요.^^
(사진 출처, 구글) 카악재단 로고
어떤 그림이 연상 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그림과 정말 흡사하지요? ^^
우리가 살고 있는 자알란트주에는 Querdenkertage(크베어 덴커 타게)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www.iq-xxl.de). 이 프로그램은 영재들을 위한 아카데미(Akademie)에서 이루어지는, 3개월 과정의 영재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딸 아이는 3주 전 부터 이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는데요, 매주 목요일은 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등교를 하지 않고, 이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자알란트주 전 지역의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곳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Karg 담당 선생님께서 딸 아이를 추천 해 주셨고, 이 곳에 지원을 했었지요. 그리고 심사를 거쳐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입학 심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네요. 이 것을 위해 따로 테스트를 받았다던가 하는 것은 없었거든요....^^,,,)
이 번 학기의 테마는 '인상적인 건축물>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낸 설계(구조)' 라고 하네요.^^ 첫 시간엔 세계유명한 건축물을 총괄해서 알아 봤고, 그 뒤로는 강낭콩과 이쑤시게를 이용해서 구조물을 직접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정말 재밌겠지요? ^^
혹자들은, '독일 학생들은 공부를 안 하고,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모든 독일의 학생들이 다 같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아주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합니다. 거기에 따른 지방 정부의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구요. 지금까지 예를 든 것은 자알란트주를 기준으로 알아 본 것이지만, 다른 주에는 또 다른 재단과 영재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아이들을 영재학원에 보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이 모든 경비는 학부모님들이 부담할 테고....근데, 이 '영재학원'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좀, 궁금해 지더군요. 설마 '국.영.수'를 더 가르치는 학원은 아니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 '영재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그 재능을 꽃 피울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여야 할 겁니다. ^^
(사진 출처, 구글) 영재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
사족.
제가 직접 경험 한 것을 소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딸 자랑'(?)하는 고슴도치 엄마가 된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갑짜기, 소심모드...ㅠㅠ)
다만, 독일의 교육현장을 보다 사실에 근거해서 전하고픈 마음에 한 예로써 적용한 것이니까요,
넓은 이해 바랍니다~ ^^